예올북촌가
소년 消年
임종석,'소년 消年', 2022
소년 消年
금속선을 수십수백 번 중첩시켜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세선세공 기법은 나의 작업의 주를 이룬다.
공정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잘 쓰이진 않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은 그 수고스러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질감과 패턴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기법이다.
사라진 자국 남겨진 흔적
얇은 은선을 겹겹이 쌓다 보면 어느새 발목까지 잠긴 밀물처럼, 혹은 하염없이 반짝이는 은빛 바다처럼 저마다의 빛을 낸다.
만들어진 형태와 그 안의 질감은 다시 망치 성형을 통해 변형되기 시작하고, 이윽고 금속의 두께는 얇아지지만 그 면적만큼은 힘의 방향으로 커져만 간다.
마치 어디론가 쓸려가 사라지는 썰물처럼. 비규칙적인 망치 자국들은 그 자리를 메꾸며 서로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명확해지기를 반복한다.
그 흔적들은 마치 물먹은 모래벌판의 물 자국처럼 공허하게 사라지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오고 가는 밀물과 썰물처럼 반복된다.
선들의 축적과 성형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은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밀물과 썰물 현상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켰고 결국 연관 짓게 되었다.
새롭게 도전해 본 이번 시리즈는 나의 새로운 조형언어로서 곤충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스며들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