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올북촌가
이예지 개인전 'PRESS THE PAST '
이예지,'PRESS THE PAST', 2021
욕망의 껍데기
인간은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상징요소를 신체와 결부시키는 장신구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도구이다.
우리는 명예, 권력, 소속, 금전, 교육 등과 관련된 상징물을 만들어왔다. 종교의 숭고함을 상징하는 시스티나 성당의 화려한 장식이나 황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문장(紋章)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의복의 단추, 제복의 휘장 또는 각종 증명서에 새겨진 문양 등에서 볼 수 있다. 금형을 이용한 프레스 기법은 이러한 사물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집단의 소속감을 상징하는 사물을 제작하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주물 기법에 비해 적은 양의 금속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볍다는 이점이 있다.
나는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금속 형틀을 이용해 욕망의 껍데기를 다시 찍어낸다.
상징 언어로 이루어진 사물을 찍어내는 행위는 대상이 품고 있는 은유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형틀이 찍어낸 처음의 상징적 내용과 그 역할은 허물어진 채 텅 빈 모습으로 재현된다.
상징의 권위와 의미는 무색해지고 단지 표면의 장식을 위한 요소로 남게 된다. 마라톤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월계수관은 승리, 영광, 명예를 상징한다.
이런 의미를 담아 만든 대학교 메달에 있는 월계수는 나의 작업에서 더 이상 명예를 상징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식물의 이파리를 형상화한 장식으로서 다른 요소들과 병치되거나 혼합되어 다른 이미지를 나타낸다.
인간이
선망하는 대상을 시각화하는 기호들을 재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 다발로 묶어낸 나의 장신구들은 다시 인간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