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올북촌가
김준수 개인전 '시간, Time Fo/r/est'
도심을 떠나 마주하는 자연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 숲은 1930년대에 인위적으로 심어진 삼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만들어진 숲이지만 약 90년이라는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며 나무 사이의 간격이 조밀하게 또는 성글게 자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물의 내부를 보호하는 피부는 살아가면서 겪는 무수한 경험들을 기록하고 보관한다. 이것을 식물에서 얻은 ‘탄닌’이라는 재료로 가공하게 되면 식물성 무두질 가죽(Vegetable
tanned Leather)이라 부른다. 이 가죽은 여전히 피부의 속성을 지니면서 생전의 기록들을 드러내는데, 흠집 없이 깔끔한 면적이 넓을수록 좋은 재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나의 시각에서 가죽은 보이는 표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두께와 색, 촉감 등의 물성 뿐 만 아니라, 생명과 죽음과 같이 재료가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간과 숲, 휴식을 주제로 약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이 쌓여 완성된 개체를 모아 나만의 숲을 구성한다. 숲에서 느꼈던 시각,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을 하나의 통일된 매체, 가죽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본연의 태가 해체된 가죽은 작은 점에서부터 다시 부활한다. 여기에 길고 짧은 선들이 반복적으로 덧붙여져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이 된다. 이것은 경계선에 놓여있다. 재료는 동물계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제작 방식과 완성된 결과물은 반대로 식물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질기고 부드러운 재료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단면들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 새로운 면은 해를 되풀이 할 때마다 몸집을 불리는 나무의 결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 곳을 이동하며 세월의 흔적을 기록하는 동물과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무한한 생명력을 키워나가는 식물의 경계선 위에 균형을 잡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재료의 가공 과정에서부터 작업이 완성이 되기까지 동물과 식물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의 도구와 직관적인 행위만으로 작업은 완성되지만 자유로운 변주를 통해 고유성을 가지고 서로 어우러진다.
Profile
국민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김준수 작가는 현재 금속과 가죽을 주재료로 하여 서울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 다수 그룹전과 독일 수공예박람회 ‘TALENTE’, 영국 공예아트페어 ‘COLLECT’, 프랑스 메종오브제 ‘Masion&Objet’에 소개되었다. 2017년도 공예트렌드페어 ‘올해의 작가상’, 2019년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모전에서 최종 11인에 선정되었으며, 서울시 박물관 등 국내외 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